1. 서 론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적 진보는 국방 분야에도 거세게 몰아치며 ‘국방혁신 4.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 첨단 과학기술의 접목은 군의 작전 수행 개념과 전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기술적 진보의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본질적인 난제가 존재한다. 바로 군 조직 내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전투력 손실의 주범이 되는 안전사고의 문제이다. 첨단 장비의 도입으로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는 현저히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고율이 그에 비례하여 획기적으로 감소하지 않는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장비와 무기체계가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그 시스템을 운용하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라는 불변의 사실을 방증한다. 과거의 안전관리가 장비의 신뢰성 확보와 물리적 방호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행동적 오류, 그리고 이를 둘러싼 조직적 맥락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의 군 안전관리는 사후 대응을 넘어 축척된 데이터와 기술을 융합하여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예측 중심의 능동적 예방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군 무기체계 중 가장 복잡한 메커니즘과 극한의 인지 부하(Cognitive Load)가 요구되는 ‘회전익 항공기’를 연구의 핵심 테스트베드(Test-bed)로 선정하였다. 회전익 항공기는 3차원 기동 특성과 기상, 지형 등 환경 변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무기체계로서, 조종사의 순간적인 판단 착오나 승무원 간의 의사소통 단절이 즉각적인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분야이다. 따라서 가장 복합적이고 난이도 높은 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회전익 항공기 사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구축한 예측 모델은, 향후 전차, 자주포, 함정, 전투기 등 타 무기체계의 안전관리로 확장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준(Standard) 모델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단순히 과거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기술과 인적요인 이론을 융합하여 미래의 위험을 예지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정형 텍스트로 축적된 방대한 사고 조사 보고서를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텍스트 마이닝하여 잠재된 위험 요인을 추출하고, 델파이(Delphi) 기법을 통해 전문가의 통찰을 더하여 요인 간의 인과관계를 구조화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도출된 ‘데이터 기반 사고 예측 프레임워크’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의 관행을 탈피하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는 군의 비전투 손실을 최소화하여 전투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군에 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학술적·실무적 기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론적 측면에서 기존 HFACS 모델이 부수적 전제 조건으로 다루던 ‘환경적 변수’를 사고 유발의 상위 독립변수로 격상시켰다. 이를 통해 눈발이나 흙먼지로 인한 시야 차단(White/Brown-out) 등 회전익 항공기 고유의 극한 작전 환경이 조종사의 인지 마비와 심리적 공황을 유발하는 특수한 인과 체계를 학술적으로 재정립하였다.
둘째, 방법론적 측면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 분석 능력과 현장 전문가의 암묵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LLM-Delphi 하이브리드’ 기법을 제안하였다. 이는 연구자의 주관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분석의 객관적 신뢰성과 실무적 타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혁신적인 국방 연구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셋째, 국방 안전 정책 측면에서 과거의 경험과 직관 중심 안전관리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예측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효적 모델인 K-RHFACS를 제공한다. 이는 향후 육·해·공 전력을 아우르는 군 전체의 선제적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과 지휘관의 과학적 위험 관리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정책적 토대가 될 것이다.
2. 이론적 고찰 및 분석 프레임워크
기존의 항공 사고 조사는 Reason의 인적 오류 모델[1]을 구체화한 HFACS 분류 체계[2]를 중심으로 사고의 인과 사슬을 규명해 왔다. 그러나 보편적 HFACS 모델은 주로 민간 및 고정익 항공기 분야에 최적화되어[4] 있어, 급변하는 작전 환경과 엄격한 위계질서 등 군 회전익 운용의 특수성을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따른다. 특히 정형화된 체크리스트 기반의 전통적 분석 방식은 사고 보고서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 속에 숨겨진 복잡한 인과관계와 잠재적 위험 요인을 심층적으로 포착하는 데 제약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방대한 사고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여 국방 회전익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 기반(Data-driven) 분류 체계인 K-RHFACS를 정립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 이론 중심 모델이 간과해 온 현장의 구체적 위험 인자를 정밀하게 식별함으로써 사고 예측 모델의 정확성과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자 한다. 기존 HFACS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가 제안하는 K-RHFACS의 구조적 차이점을 분석 대상, 데이터, 방법론 등의 측면에서 대조하여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 구 분 | 기존 HFACS | 제안된 K-RHFACS |
|---|---|---|
| 분석 대상 | 민간, 고정익 중심 | 국방, 회전익 특화 |
| 데이터 | 정형 체크리스트 | 비정형 텍스트 분석 |
| 방법론 | 이론 주도 방식 | 데이터 주도 방식 (LLM + 델파이) |
| 분석 깊이 | 표면적 오류 식별 | 잠재 요인·맥락 도출 |
| 주요 특징 | 일반적 분류 체계 | 환경·조직·문화 반영 |
| 구 분 | 항 목 | 빈도(명) | 구성비(%) |
|---|---|---|---|
| 직무분야 | 조종사 | 8 | 40.0 |
| 관제사 | 4 | 20.0 | |
| 정비사 | 2 | 10.0 | |
| 안전담당관 | 4 | 20.0 | |
| 교육담당관 | 2 | 10.0 | |
| 근무경력 | 5~10년 | 10 | 50.0 |
| 10~15년 | 6 | 30.0 | |
| 15~20년 | 4 | 20.0 | |
| 합 계 | Total | 20 | 100.0 |
| 구분 | 세부위험요인 | 전문가 동의 수 | CVR 값 | 결과 |
|---|---|---|---|---|
| 환경적 요인 | 시각 저하 환경(DVE) | 20 | 1.00 | 채택 |
| 조직 요인 | 권위적 위계문화 | 19 | 0.90 | 채택 |
| 조직 요인 | CRM 교육훈련 부족 | 17 | 0.70 | 채택 |
| 개인 요인 | 만성 피로 | 13 | 0.30 | 기각 |
| 개인 요인 | 개인적 스트레스 요인 | 12 | 0.20 | 기각 |
정성적 데이터의 효율적 분석과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결합하기 위해 ’LLM-Delphi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채택하였다[6]. 첫째, LLM 기법은 비정형 텍스트인 사고 사례집으로부터 핵심적인 사고 원인 키워드와 맥락을 도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학술적 엄밀성과 정교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GPT-4 계열의 고성능 모델을 엔진으로 채택하였으며, 구체적인 분석 단계에서 ’항공 사고 조사 전문가’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Role-play 프롬프팅과 논리적 단계별 추론을 유도하는 Chain-of-Thought(CoT) 설계 원칙을 적용하여 분석의 질적 깊이를 더하였다. 둘째, 델파이 기법은 AI가 도출한 요인들의 실무 타당성을 검증하는 여과 장치로 작용한다[5]. 육군항공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관제사 등 현장 전문가 패널의 합의 과정을 통해, AI 모델이 가질 수 있는 환각(Hallucination) 오류를 차단하고 현장의 암묵지(Tacit Knowledge)를 반영한다.
상기한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본 연구가 제안하는 ’회전익 항공기 인적요인 프레임워크’의 개발 및 검증 절차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데이터 구축 및 전처리(Data Construction)
최근 10년(2015~2024)간 발생한 국방 회전익 항공기 사고 사례집 및 조사 보고서를 수집한다.[3] 이후 수집된 비정형 사고 보고서는 텍스트 데이터의 정제(Cleaning)를 위해 불용어 제거 및 형태소 분석 과정을 거쳤으며, LLM의 토큰 제한을 고려하여 사고 원인 서술부 위주로 데이터셋을 구조화하였다.
2단계: LLM 기반 예비 요인 도출(Factor Extraction)
구축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LLM 기반으로 사고 원인 간의 상호 연관성을 도출하였으며, 이때 단순한 단어 출현 빈도 분석의 한계를 넘어 문맥적 유사도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임베딩(Embedding) 기법을 적용하여 유관 위험 인자들을 체계적으로 군집화하였다. 이러한 정교화 과정을 통해 빈도수와 맥락적 중요도가 모두 반영된 신뢰도 높은 1차 잠재적 인적요인 풀(Pool)을 생성하였다.
3단계: 전문가 델파이 검증(Expert Validation)
21명의 전문가 패널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내용 타당도 비율(Content Validity Ratio, CVR) 분석을 통해 요인을 통합, 삭제, 수정하여 프레임워크를 정제한다.
4단계: 최종 프레임워크 확정(Finalization)
검증된 요인들을 계층적 구조인 상위 요인과 하위 요인으로 분류하여 최종적인 분석 모델을 완성한다
3. 회전익 항공기 인적요인 프레임워크 도출 결과
1단계로 구축된 국방 회전익 항공기 사고 텍스트 데이터(Corpus)를 LLM에 학습시켜 주요 사고 원인과 잠재적 위험 요인을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총 148개의 초기 위험 요인 키워드가 추출되었다. LLM 분석은 기존 정형 데이터 분석에서 식별하기 어려웠던 비정형적 맥락을 포착하는 데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단순 ’조종 미숙’으로 분류되던 사례들 속에서 ’예기치 못한 악기상 조우 시 조종사의 상황인식(SA) 저하’, ’위계적 조종실 문화로 인한 의사소통 단절(CRM Failure)’과 같은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식별해냈다. 그러나 일부 결과에서는 데이터 맥락과 무관한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나 군사적 타당성이 결여된 추론이 관찰되어 전문가에 의한 2차 검증 필요성이 확인되었다.
비행시간 1,000시간 이상의 회전익 조종사 및 관제·정비·안전·교육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차에 걸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1차 조사에서는 개방형 설문을 통해 군 작전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요인을 제거하고 실무 용어로 순화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2차 조사에서는 리커트(Likert) 5점 척도를 활용하여 각 요인의 중요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였다.
전문가 패널의 의견 일치도를 확인하기 위해 Lawshe(1975)[7]가 제안한 CVR 분석을 적용하였다. 패널 수가 20명일 때 유의미한 CVR의 최소 임계값은 0.42이다. 분석 결과, 전체 예비 항목 중 이 기준을 상회하여 통계적 타당성이 검증된 유효 항목만이 최종 요인으로 확정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회전익 작전의 특수성을 대변하는 ’시각 저하 환경(CVR 1.00), 권위적 위계문화(CVR 0.90), CRM 교육훈련 부족(CVR 0.70) 등의 핵심 변수들은 전문가들의 높은 합의를 이끌어내며 채택되었다. 반면, 민간 항공 모델의 주요 위험 요인인 ’만성 피로(CVR 0.30)’와 ’개인적 스트레스(CVR 0.20)’는 군사적 맥락에서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어 기각되었다. 이는 실제 한국군 운용 환경을 반영하여 모델을 최적화했음을 통계적으로 방증한다.
1단계 LLM 기반 빅데이터 분석과 2단계 전문가 델파이 합의 과정을 통합하여, 군 작전 환경에 특화된 ‘국방 회전익 항공기 인적요인 분석체계(K-RHFACS: Korean Rotorcraft Human Factors Analysis and Classification System)’를 확정하였다.
도출된 분석체계는 사고의 인과적 경로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① 작전환경적 차원(Operational Environment Dimension), ② 조직·관리적 차원(Organizational & Management Dimension), ③ 개인적 차원(Individual Dimension)의 세 가지 위계적 영역으로 구조화되었다.
기존 HFACS 모델[2]과 구별되는 본 프레임워크의 독창적인 구조적 변화는 기존에 하위 전제 조건으로 분류되던 ’환경적 요인’을 최상위 독립 변수로 격상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악조건을 나열하기 위함이 아니라, 비정상 양력 손실 상태(Vortex Ring State, VRS)나 눈발·흙먼지로 인한 시야 완전 차단(White·Brown-out)과 같은 회전익 고유의 극한 상황이 조종사의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와 심리적 공황(Panic)을 유발하여 정상적인 판단 과정을 마비시키는 ’환경 유발형 인적 오류(Environment-induced Human Error)’의 기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즉, 통제 불가능한 환경 변수 자체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조종사의 상황인식 실패와 대처 능력 상실을 핵심적인 인적요인으로 구조화하였다.
아울러 개인적 차원 내에 ’승무원 간 자원관리 및 협조(CRM/Crew Coordination)’를 필수 구성 요소로 명시하였다. 이는 다인승(Multi-crew) 항공기 운용 특성상, 조종실 내 위계적 문화나 의사소통의 단절이 물리적 조종 실수보다 더욱 치명적인 사고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프레임워크 수준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LLM 분석과 델파이 검증을 거쳐 확정된 K-RHFACS의 위계적 구조와 각 계층 간의 상호작용 경로는 [그림 3]에 도식화된 바와 같다.
4. K-RHFACS의 구조적 독창성 및 방법론적 타당성
K-RHFACS는 기존 HFACS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군 회전익 작전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구조적 차별점을 지닌다.
첫째, 환경 요인의 위계 격상이다. 기존 모델에서 부수적 배경으로 취급되던 환경 변수를 사고의 최상위 독립변수로 재배치하여, 극한 상황이 조종사의 인지 과부하와 심리적 공황을 초래하는 직접적 트리거(Trigger)임을 명확히 하였다.
둘째, 인과적 맥락 중심의 분석이다. 개인의 단순 조작 오류(Slip/Mistake) 식별에서 벗어나, 환경·조직·개인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복합적인 인과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사고의 근본 원인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였다.
셋째, 군 특화 조직문화의 반영이다. 상명하복의 특수한 위계질서를 고려하여 ‘권위 경사에 따른 의사소통 단절’과 ‘CRM 실패’를 필수 분석 요인으로 구조화해 모델의 현장 적합성을 실증적으로 확보하였다.
넷째, 데이터 주도형 방법론의 도입이다. 정형화된 체크리스트의 한계를 탈피하고 LLM 기반의 비정형 텍스트 마이닝을 적용하고, 전문가를 통한 확인으로 방대한 사고 기록 속에 잠재된 위험 인자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예지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K-RHFACS 모델이 기존 HFACS와 비교하여 가지는 구조적 독창성을 환경 요인의 위계와 분석 초점을 중심으로 요약하면 [표 5]와 같다.
방법론적 측면에서, K-RHFACS는 최신 AI 기술인 LLM 기법의 방대한 지식 탐색 능력과 분야 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s)의 심층적인 경험 및 검증 역량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의 유효성을 실증하였다. 연구 초기 단계에서 LLM 기법은 항공 안전 문헌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148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잠재적 위험 요인을 신속하게 추출함으로써, 연구자의 인지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탐색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어지는 2차에 걸친 델파이 조사는 LLM 기법을 통하여 도출한 날것의(raw) 데이터를 실제 군사적 작전 및 임무 환경의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전문적인 항공 용어로 정제하며, 핵심 요인을 선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전문가 패널은 AI가 간과하기 쉬운 미묘한 군사적 뉘앙스와 현장의 암묵지(Tacit Knowledge)를 보완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LLM과 델파이 기법의 상호보완적 시너지는 인적요인 분야뿐만 아니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어 데이터 접근이 제한적인 다양한 국방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프레임워크로서 폭넓은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향후 AI 기술을 국방 연구개발에 접목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방법론적 선례가 될 것이다.
5. 결론
본 연구는 국방 회전익 항공기의 특수한 작전 환경과 조직문화를 구조적으로 반영한 맞춤형 인적요인 분석체계인 K-RHFACS 개발을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LLM 기법을 통한 탐색적 요인 추출과 전문가 패널이 참여한 델파이 조사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하이브리드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연구를 통해 도출된 핵심 발견 및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인적요인 모델들이 부수적 배경으로 간주하던 극한의 환경적 변수를 사고 유발의 최상위 독립변수로 격상하여 구조화하였다. 이는 통제 불가능한 환경적 결정적 요인이 조종사의 인지·심리적 부조화를 유발하여 최종적인 판단 마비로 이어지는 회전익 사고 특유의 인과 기제를 명확히 규명한 것이다.
둘째, 한국군 특유의 위계적 조직문화와 그로 인한 의사소통 단절 위험을 구체적인 분석 요인으로 모델 내에 통합하였다. 이를 통해 다인승 항공기 운용 시 발생하는 ’권위 경사’ 등의 조직적 결함이 어떻게 실질적인 비행 오류로 전이되는지 분석할 수 있는 현장 적합성 높은 프레임워크를 정립하였다.
결론적으로 K-RHFACS는 과거의 경험 중심 안전관리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실효적 분석 도구로서, 향후 국방 회전익 사고의 근본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하고 선제적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본 연구는 국방 회전익 항공기 안전 분야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다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내포한다. 첫째, 본 모델은 회전익 항공기에 특화된 모델로 설계되어 고정익, 무인기, 드론 등 타 기종의 사고 분석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둘째, 연구 초기 LLM 탐색 단계에서 5건의 실제 주요 사고 사례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증적인 요인 추출을 시도하였으나, 이는 잠재 요인 발굴을 위한 탐색적 활용 수준이었다. 최종 도출된 K-RHFACS 프레임워크를 대규모의 과거 사고 데이터 분야에 전면적으로 적용하여 모델의 분류 정확도나 타당성을 통계적·정량적으로 검증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정립된 K-RHFACS 프레임워크의 실증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실무적 활용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최근 10년간 축적된 국방 회전익 사고 및 준사고 빅데이터를 전수 조사하여, 본 모델의 분류 정확도와 신뢰도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정량적 실증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는 탐색적 연구 수준을 넘어 모델의 객관적 변별력을 입증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둘째, K-RHFACS에서 도출된 핵심 위험 지표를 기반으로 조종사의 생체 신호(심박수, 뇌파, 시선 추적 등)와 실시간 비행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 기반 능동형 사고 예지 시스템’의 프로토타입 개발을 후속 과제로 추진하고자 한다.
이러한 단계적 고도화를 통해 군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기존의 경험 중심 사후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의 선제적 예방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군 회전익 항공기 안전 관리의 완전한 디지털 혁신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6. K-RHFACS 기반 군 회적인 안전관리 발전방안
K-RHFACS를 통해 규명된 핵심 인적 위험 요인(환경 유발형 인지 과부하, CRM 실패, 경직된 조종실 내 의사소통 문화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다음과 같은 창의적인 발전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실시간 조종사 상황 인지 상태 모니터링 및 AI 능동형 지원 체계 구축이다. 이는 K-RHFACS가 규명한 극한 비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조종사의 인지 과부하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조종사의 시선 추적, 표정 변화, 심박수 변이도, 뇌파 등 다양한 생체 신호와 실시간 비행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하여, 공간정위상실이나 인지적 터널링, 공황 상태가 감지될 경우 즉각적으로 개입한다. 항공기 비정상 자세 복구에 필요한 복잡한 계기 정보를 시각적으로 단순화하여 제시하고, 위험 회피를 위한 최우선 조치사항을 음성 또는 시각 신호로 제공하는 등 ’제3의 전자 승무원(AI Co-pilot)’ 역할을 수행하여 인적 오류의 연결고리를 차단한다.
둘째, 위계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AI 기반 지능형 CRM 코칭 플랫폼 도입이다. 권위적인 문화로 인한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 비행 임무나 시뮬레이터 훈련 중 조종실 내에서 오고 가는 음성 대화 데이터를 자연어 처리 기반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AI는 상급자 지시의 명확성 및 하급자 복창의 정확성, 하급자의 안전 관련 주장적 행동(Assertiveness) 빈도, 불필요한 침묵의 패턴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잠재된 ’권위 경사’ 위험을 탐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행 후 디브리핑 시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 및 팀별 맞춤형 CRM 코칭을 제공하여 수평적이고 안전 지향적인 소통 문화를 조성한다.
셋째, 사고 빅데이터 학습 기반의 개인 맞춤형 가상현실 기반 시뮬레이터 정밀 훈련 체계 구현이다. K-RHFACS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체계화된 방대한 사고 및 준사고 데이터를 머신러닝 AI가 학습하여 특정 유형의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고위험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AI는 조종사 개인의 비행 기록과 평소 습관을 분석하여 가장 취약한 취약점(예: 특정 기상 및 환경 조건에서의 공간정위상실)를 식별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고몰입도의 맞춤형 VR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고 개인별 인적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넷째, K-RHFACS 적용 지능형 작전 위험 관리 및 지휘 결심 지원 체계 개발이다. 임무 계획 단계에서부터 잠재적인 인적 사고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거시적인 예방 대책이다. K-RHFACS로 분류된 과거 사고 데이터와 환경 변수(기상, 지형, 인지적 터널, 공황 발생 예상 환경 조합), 그리고 조종사 및 승무원 개인 축척 데이터(비행 경력 및 시간, 수면시간, 피로도, 부상 이력, 스트레스 수준, 팀원 간 관계)를 AI가 종합적으로 학습한다.
[그림 4]는 K-RHFACS와 4대 AI 축이 결합된 ’지능형 국방 항공 안전 생태계’의 종합 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