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본 연구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의 국방 분야 활용 가능성과 한국 국방에서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탄소중립 정책, 에너지 안보 강화 등 환경적 요인의 변화는 SMR 기술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에너지 자립성과 작전 지속성이 요구되는 국방 분야에서도 SMR의 적용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한다. 본 연구의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요국은 어떤 방식으로 SMR을 국방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가? 둘째, 대한민국은 SMR을 어떻게 국방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국내 선행연구는 주로 SMR의 기술 개념과 이를 활용한 민간 응용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국방분야의 응용 방안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국내 연구기관에서는 도서 및 산간 등 벽지에서의 전력공급 솔루션으로서의 잠재력을 강조하였으나, 국방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과 운용 개념 등에 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여, 주요국 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 국방분야의 적용 가능성 및 방안과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차별성을 두고자 한다. 본 연구는 문헌조사와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및 NATO 주요 국가들의 국방분야에서의 SMR 기술의 직‧간접적 활용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적용 가능성과 시사점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2. SMR 기술 개요 및 국방분야 활용을 위한 연계성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이하 IAEA) 및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이하 NRC) 등에서 일반적으로 전기출력이 약 300MWe 이하인 소형 원자로(Small Reactor)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협의의 SMR은 전기 출력이 10~300MWe 범위에 해당하는 원자로를 지칭하며, 이보다 소형인 출력 1~10MWe 규모의 원자로는 마이크로원자로(Micro Modular Reactor, MMR)로 구분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군사기지로 대표되는 원격지에서의 에너지 자립성 확보라는 공통된 응용 목적을 위해 SMR과 MMR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광의의 개념으로 이를 모두 ‘SMR’로 통칭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SMR은 기존의 대형 경수로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설비이며, 모듈화(Modularity) 설계를 통해 공장에서 사전 제작(Factory-Fabricated) 후 현장에서 조립 및 설치가 가능한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기존 원전의 한계점으로 지목된 긴 건설 기간, 고비용 등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SMR의 장점으로는 기존 대형 원자로와 구별되는 기술적 특성과 경제성의 균형에 있으며, 기술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듈화(Modularity)는 공장 제작을 통한 생산 표준화, 품질 관리 강화, 현장 건설 시간의 단축 및 단계별 확장 설치를 가능하게 한다. 둘째, 수동적 안전 계통(Passive Safety System)의 도입으로 외부 전력 없이도 자연 순환(Natural Circulation) 등 물리적 원리에 의한 비상 냉각이 가능하며, 이는 강화된 글로벌 안전 기준에도 부합한다. 셋째, 소형·분산형 전원(Dispersed Generation System)의 특성은 송배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군사기지, 해양 플랜트, 극지 등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SMR은 단순한 소형화된 원자로의 개념을 넘어서 모듈화와 분산형 전원이라는 특성을 가진 차세대 에너지 기술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와 특성은 SMR의 국방분야 활용을 위한 기술 연계성과 밀접하게 이어진다.
SMR의 기술적 특성은 국방분야의 요구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 우선 SMR은 군사작전 수행 간의 에너지 자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 국방과학위원회(Defense Science Board)는 미래 군사작전의 에너지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간헐적 특성을 가진 대부분의 대체 에너지원이 이러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 반면, 원자력에너지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어서 미래 군사작전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SMR의 모듈화된 특성은 군사작전의 유연성을 지원할 수 있다. 작전 환경 변화에 따라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신속하게 배치, 확장, 또는 철수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SMR이 원격 군사기지에 설치된다면 화석연료에 비해 장기간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 작전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SMR의 안전성과 자율 운용 능력은 군사작전의 자원 효율성 차원에서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수동적 안전 시스템은 제한된 자원으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SMR은 다양한 군사 플랫폼과의 통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해군 함정이나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SMR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3. 주요국의 SMR 기술 국방분야 활용 동향
미국은 SMR의 군사적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로, 국방부 전략능력실(Strategic Capabilities Office, SCO)을 중심으로 Project Pele이라는 이동식 마이크로 원자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6년 국방과학위원회(DSB)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작되었으며, 미래 군사 작전의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 프로젝트를 에너지부, 원자력규제위원회, 육군 공병대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산업계 파트너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또한 국가환경정책법(NEPA)에 따라 환경영향평가(EIS)를 실시하여 이동형 원자로 건설 여부와 작업 장소를 결정하기 전에 환경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접근방식은 군사 목적의 SMR 개발에 있어 안전성, 환경 영향, 규제 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모델을 제시하며, 실증 운전은 2025~2026년 중 Idaho National Laboratory에서 개시될 예정이다. 특히, 제반 환경을 강조하는 점은 SMR의 군사적 활용에 있어 대내외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병행하여, 미국 공군은 미국 에너지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와 공동으로 알래스카에 위치한 Eielson 공군기지(Eielson Air Force Base)에 소형 원자로를 설치하는 마이크로 원자로 프로그램(Micro reactor Pilot Program)을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Eielson 기지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 전원이 필요한 전략 요충지로 화석연료 기반 발전기나 외부 전력망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소형 원자로가 고려되었는데, 이 원자로는 출력 1~5MW 규모로, 수년간 연료 교체 없이 운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열에너지 공급도 가능하다. 해당 사업은 군사기지의 에너지 자립성과 함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향후 해외기지 등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 함께 고려되고 있다.
러시아는 원격지인 북극해 지역의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해 북동부 페벡(Pevek) 항구에 35MWe급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Lomonosov)를 운용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부유식 원자로를 극지 지역에 순차적으로 배치할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유식 SMR은 표면적으로는 민간 에너지 공급용으로 설계되었으나, 러시아의 북극 전략인 북극해 항로 통제와 자원 개발, 군사기지 인프라 확보 등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다. 러시아의 사례는 SMR이 극지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리적 제약이 심한 지역에서도 유연하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부유식 SMR 플랫폼은, 전진 배치 기지나 고립된 작전지역을 지원하는 군사적 활용 모델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중국은 SMR 기술을 남중국해의 도서 지역과 같은 해양기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설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SMR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은 부유식 SMR인 ACP100S를 개발 중이며, 이는 해상 플랫폼에 설치되어 해양기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은 육상용 SMR인 ACP100을 개발하여 고가치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사례는 SMR이 해양 전략과 도서 지역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에너지 공급이 제한된 도서 지역에서 SMR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을 제외한 NATO 동맹국 가운데 군사적 목적으로 SMR을 실질적으로 개발하거나 배치한 사례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 없다. 그러나 최근 NATO와 일부 회원국들은 군사기지의 에너지 자립성 및 회복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서 SMR의 도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와 관련 준비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NATO에서는 2024년 에너지안보센터(Energy Security Centre of Excellence, ENSEC COE)가 미국의 SMR 스타트업인 Last Energy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군사기지에서의 SMR 활용 가능성에 대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 사례 분석을 통해 SMR 군사적 활용 동향과 주요 목적을 비교 분석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 국가 | 형태 | 적용 대상 | 특징 | 주 목적 |
|---|---|---|---|---|
| 미국 | 이동식 | 전장ㆍ격오지 (극지) | 수용성 중시 | 전략적 유연성 |
| 러시아 | 부유식 | 북극권(극지) | 민간 공급 연계 | 극지 에너지 안보 |
| 중국 | 육상ㆍ부유식 | 남중국해 도서 및 해양기지 | 육상ㆍ부유식 동시 개발 | 해양 전략 강화 |
| NATO | - | - | 민간 파트너쉽 중심 | 군사기지 에너지 자립 |
첫째, 각국의 군사 목표와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동식 원자로 개발을 통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며, 러시아는 부유식 원자로를 통해 극지에서의 에너지 안보를 추구하고,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에너지 자립을 통한 해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안전성, 환경 영향, 국제규범 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미국의 Project Pele은 환경영향평가와 안전성 검증을 통해 SMR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수용성을 확보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민간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미국은 민군 협력을 통한 군사용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NATO 역시 민간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통한 SMR 활용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넷째, 에너지 안보와 군사작전의 지속성 강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공급이 제한된 격오지, 도서 지역, 극지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SMR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사점은 한국이 SMR을 국방분야에 활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도서 지역 방어와 중요 군사시설의 에너지 자립 등의 분야에서 SMR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국방분야에서의 활용 유형과 도전 과제
| 활용 유형 | 장점 | 단점 | 적합 환경 |
|---|---|---|---|
| 원격 군사기지 설치 | 민ㆍ군 겸용, 작전 지속 향상 등 | 상대적 고비용, 철수시 원자로 처리 | 장기 주둔 기지 |
| 이동형 원자로 | 철수 용이, 전략적 유연성 등 | 제한된 출력, 보안ㆍ방호 문제 | 임시 기지 |
| 해군/해상 플랫폼 탑재 | 작전 지속 향상 등 | 해상 안전성 | 대형 플랫폼, 도서 방어작전 |
SMR은 고립되거나 도서 등 전력망이 취약한 원격 군사기지의 에너지 자립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기지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고 연료 보급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SMR이 전략적 우위를 제공한다. 미국의 Project Pele, 러시아의 북극 지역 부유식 원자로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활용 유형의 장점은 민군 겸용 활용 가능성과 연료 보급선에 대한 의존도 감소, 작전 지속 능력 향상 등이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초기 배치 비용이 높고, 방사선 방호와 같은 안전 조치가 필요하며, 철수 시 원자로 처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전장용 이동형 원자로는 군사작전의 유연성과 기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SMR 활용 유형이다. 이는 작전 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배치, 재배치, 철수가 가능한 소형 원자로 시스템을 의미한다. 미국의 Project Pele은 이러한 이동형 원자로의 대표적인 사례로 컨테이너에 탑재되어 트럭, 선박, 항공기 등으로 운송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전장용 이동형 원자로의 장점은 신속한 배치 및 재배치 가능성, 작전 기동성 향상,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이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같이 전력 기반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작전 시 작전 지속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형 원자로는 크기와 출력이 제한되고, 이동 중 안전성 확보가 어려우며, 적대적 환경에서의 보안 및 방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해군 함정을 포함하는 해상 플랫폼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SMR 활용은 기간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 전력에 중요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은 이미 원자력 추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만, 소형화된 SMR의 특성은 더 많은 해군 함정에 원자력 추진체계 탑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군/해상 전력 공급용 SMR의 장점은 장기간 해상 작전 지속 능력 향상, 해상 전력 투사 능력 강화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해상에서의 원자로 안전성 확보, 해양 환경 보호와의 조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해상에서의 사고 발생 시 환경 영향과 국제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엄격한 안전 조치와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첫째, 군사용 SMR은 원격지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극한 환경 대응 설계가 요구된다. SMR은 수동형 냉각 시스템을 포함한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극한 환경에서는 냉각 효율 저하 등 설계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도서 지역이나 전장 등에서는 냉각수 확보가 어렵고 열 배출이 제한되어, 기존 설계로는 동결·과열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극한 조건에서도 운용 가능한 설계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기 냉각 또는 복합 냉각 시스템을 통해 냉각수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이동과 설치가 쉬운 모듈형 열교환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더불어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제어 시스템이 요구되며 기술적 설계뿐 아니라 군 운용 시나리오와 정합성, 기후별 운용 매뉴얼 개발, 복수 플랫폼 간 연계성 확보 등 정책적·제도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둘째, SMR의 연료 사이클 관리는 운용 지속성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다. SMR은 일반적으로 3~5년의 긴 연료 주기를 가져 에너지 자립성에 유리하나, 군사작전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계획 외 재보급이 필요할 수 있다. 장기 운용 가능한 고성능 연료 개발, 모듈화된 연료 교체 시스템, 운송용 방호 패키징 기술, 현장 저장 및 처분 방안 등의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국제 규범(NPT) 준수를 위한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적 문제 뿐만 아니라 핵연료 확보를 위한 군수·보급 체계, 민간 규제기관과의 협력, 작전계획 연동성 등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며, 안정적 SMR 운용을 위해서는 통합적 연료주기 전략 수립이 효과적이다.
셋째, 앞서 언급한 연료 사이클 관리와 연계하여 방사선 차폐와 폐기물 관리는 복합적인 도전 과제다. 군용 플랫폼(함정, 이동형 기지 등)은 공간과 중량 제약으로 기존의 대형 방사선 차폐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제한된 공간에서 고효율·경량 차폐 시스템 개발이 필수적이며, 특히 고에너지 중성자 차폐를 위한 신소재 개발이 요구된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군사작전 환경 특성상 중앙집중형 관리가 어렵고 현장 저장·밀봉이 필수적이다. 폐기물 발생량 최소화, 폐기물 분류, 모듈형 밀봉 저장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작전 종료 후 폐기물 반출 절차는 작전계획 단계에서 사전 준비되어야 한다. 폐기물 관리 문제는 민군 통합 폐기물 관리체계 구축, 국제적 방사선 안전기준 준수, 군 작전에 특화된 관리 매뉴얼 수립 등 정책적 영역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물리적 방호는 SMR 국방분야 적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필수 과제다. 전장이나 적대적 지역에 배치된 SMR은 핵물질이나 원자로 자체가 공격·탈취 위협에 노출될 수 있어서 주변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이동형 SMR의 경우 이동 중 적의 공격이나 전자전 공격 위험이 있어, 다중 방호구조, 실시간 감시·원격 대응 시스템, 방탄 설계 등 군사적 특수성을 반영한 물리적 방호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인적 보안 강화(신원 조사, 보안 교육, 심리 평가 등)가 병행되어야 하며, 비상대응 절차 수립도 필요하다.
한편, SMR 기술은 민간용 전력 생산을 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이중용도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는 민군 기술 전환 과정에서 이를 관리·감시할 독립적 기술검증이나 평가 기준이 미비하여 국제적 의심과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군 기술이전 법제 정비, 기술 설계 단계에서 전용 방지 구조 설계 지침 마련, R&D 단계부터의 전용 가능성 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국방 분야에서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은 국제 비확산 규범, 특히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Safeguards) 체제와 제도적으로 충돌할 여지를 갖고 있다. NPT는 핵무기 개발·보유를 금지하며, IAEA는 민간 시설을 대상으로 사찰과 핵물질 관리를 수행하지만 군사시설은 통상적 사찰 체계로부터 배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SMR이 NPT의 비무기적 군사 원자력 활용 허용 범위를 넘지 않도록 저농축 우라늄(LEU) 사용, 폐쇄형 연료주기 등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투명한 운영과 함께 자발적 사찰 및 이슈 사전 차단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SMR의 국방분야 도입에 있어서 국내의 규제 체계, 기술보호와 국제협력 간 딜레마, 경제성 문제는 중요한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제약 중 하나는 국내 법·제도 간의 이중규제 체계로 인한 충돌이다. 현재 한국의 원자력 관련 규제 체계는 민간 원자력 시설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으며, 군사용 SMR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군-민 융합 기술에는 제도적 미비점이 다수 존재한다. 우선, 원자력안전법은 민간 주도의 원자력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발전소 설계·건설·운영에 대한 안전성 기준, 인허가 절차, 사찰 및 검사 체계가 민간 전력 공급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반면, 국방과학기술진흥법은 무기체계, 군사장비, 국방 R&D의 신속성과 보안성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 두 법률은 적용 대상과 목적에서 상이하기 때문에, 군사용 SMR이 어느 법률의 적용을 우선 받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며, 이는 실질적인 인허가 공백과 책임 불분명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법 내에 국방 특화 SMR 운용에 대한 특례조항을 신설하거나, 별도의 군 전용 원자력 규제체계 및 인허가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해군 원자력 추진체계에 대해 NRC의 인허가 체계와 분리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방부와 에너지부 산하의 해군 원자로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적인 안전 기준과 내부 승인(authorization)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 또한 국방안전규제당국(Defence Nuclear Safety Regulator, 이하 DNSR)을 별도로 두어, 민간 원자력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청(Office for Nuclear Regulation, 이하 ONR)과 구분된 군 특화 원자력 안전 관리 체계를 운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한국도 국방부, 원안위, 산업부 등 관계기관 간의 역할 분담과 통합조정 절차를 거쳐 민간 원자로와 분리된 관리 체계가 수립되어야 SMR의 국방분야 활용이 제도적 병목 없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술 보호와 국제협력 사이의 상충 문제도 존재한다. SMR은 첨단 설계기술과 핵연료 관리 등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는 민군 겸용 기술로, 기술 유출과 무단 활용의 위험이 높다. 민군협력 과정에서는 기술 보호 체계 및 관리 기준의 간극으로 인해 원활한 협력 추진이 어렵고, 국제 공동개발이나 기술 협력 시 외국의 수출통제 및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와의 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협력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민군 기술 협력의 제도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보안지침의 명확한 설정, 그리고 기술 협력 대상국과의 기술보호를 위한 협약 체결 등 체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경제적 타당성은 기술적 가능성 못지않게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특히 군용 SMR은 아직 민간 부문에서도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기술로, 생산 규모가 극히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개발·제작 단가가 고정비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는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민수용 SMR과 달리, 단일 또는 소수 기지에 적용되는 군 전용 SMR의 경우 단가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군용 SMR의 도입은 에너지 자립성과 전략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측면에서는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 기준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낸다고 평가되었다. 특히 건설 비용, 폐기물 관리, 연료 보급, 인력 유지 등에 드는 총소요 비용이 기대 편익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 이동성을 충족하기 위해 초기 설계, 실증, 보안시설 구축 비용이 막대하며, 운용 후 비용 및 원자로 해체비용 등 생애주기 비용도 상당하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민간 부문조차 아직 SMR 실증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군이 독자적으로 선도적 투자 역할을 맡는 것은 기술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된다.
5. SMR 기술의 한국 국방 적용 가능성과 시사점
SMR은 다양한 작전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복잡한 작전환경을 가진 한국의 경우 도서와 같은 격오지에 위치한 군사기지, 주 지휘소 등 고가치 작전시설, 해양작전 플랫폼 등에서 에너지 자립성 확보 및 작전 지속성 향상을 위해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서해와 남해에 수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군사적 전략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분의 도서기지는 본토의 전력망과 분리된 상태로 운영되며, 주로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여 전력을 공급받고 있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립된 상황에 처할 경우 안정성 및 작전 지속성에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SMR은 도서·격오지의 에너지 자립성과 작전 지속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지목되며, 이러한 지역에서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현대전에서 C4I 체계를 갖춘 지휘통제 시설과 감시정찰 시스템 등은 전력망 단절 상황에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요구된다. 기존 전력망과 디젤 발전기는 전자기 펄스(EMP) 공격이나 사이버전 등 비대칭 위협에 취약한 데 반, SMR은 장기간 운용할 수 있고 독립적인 전력원을 제공하여 비대칭 위협에 대응한 작전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지하 군사기지나 강화된 벙커형 지휘소 등에 소형 SMR을 배치할 경우 물리적 보호와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서 핵심 군사 자산의 생존성과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해양작전 플랫폼의 경우 장기적 독립 작전 수행과 광범위한 작전 범위로 인해 고도의 에너지 자립성이 요구된다. 현재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은 제한적인 잠항 능력으로 은밀성과 지속성에 제약이 있지만 SMR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장기 잠항 능력을 확보하여 작전 반경과 임무 지속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중·대형 수상함이나 해상 기지에 SMR을 탑재하면 연료 보급 주기를 현저히 줄이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첨단 무기와 레이더, 전자전 장비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해군용 SMR은 신소재와 소형·경량 설계 등 특화된 설계가 필요하며, 국내의 우수한 조선·해양 기술과 결합할 경우 민군 기술 확산 및 산업적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에 국방 분야와 연계하여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형 SMR(i-SMR)이 있다. 혁신형 SMR(i-SMR)은 SMART 및 APR1400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트윈 기반 제어, 적층 제조(additive manufacturing),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RCCA), 무인화 운전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형태이다.
디지털트윈 기술은 전시 상황에서도 실시간 상태 감시 및 예측 유지보수를 가능하게 하고 적층 제조 기술은 전시 부품의 신속한 조달 및 수리를 촉진할 수 있다. 또한 모듈화 및 표준화된 설계는 군 작전에 필수적인 기동성과 배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SMR 기술은 일부 핵심 분야에서 성숙한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성숙도는 아직 실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보유한 기존 SMR 기술은 기술적 기반이 우수하므로 이를 국방 수요와 연계하여 최적화할 경우 에너지 안보 강화뿐 아니라 방산 산업의 첨단화와 자립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방분야에서 SMR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술 역량과의 효과적인 협업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SMR 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민간 기업 같은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방분야에 응용을 위해서는 민·관·군 컨소시엄 기반의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젝트 추진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운용 모델의 예로는 민간 기업이 군사기지 내 SMR을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군과 인접 민간 수요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군과 민간이 공동 운영 인력을 구성해 운용과 정비를 협력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러한 민군 협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절차, 지식재산권 관리, 개발 및 운영 비용 분담, 안전과 보안 책임 명시 등을 위한 협약 체결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되며, 기술 보호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보호 규제 체계를 병행하여 수립해야 한다.
SMR의 국방분야 적용 가능성을 실증하고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민군협력 시범사업의 단계적 검토가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군사기지 내 SMR 설치를 통해 해당 기술의 작전 운용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범 적용 지역으로는 국가 전력망 의존도가 낮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도서·격오지가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백령도, 연평도, 울릉도와 같은 해병대 또는 해군 기지 등이 적합하다. 이들 지역은 외부 전력망으로부터의 단절 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며, 연료 수송 및 전력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SMR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실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될 수 있다. 사업 추진 방식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원자력 기술 주체와 군 당국 간 공동 컨소시엄 또는 실증 협약체계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제한적 인허가 및 실증 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시범사업은 단계적 확산 전략에 기반해야 하며, 초기 소출력 SMR을 도입하여 안전성과 운용 효율을 검증하고, 이후 중·고출력 SMR로 확대 적용하면서 다양한 작전환경에 맞는 군용 SMR 표준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단계적 실증 모델은 향후 한국군의 작전 능력 강화는 물론, 해외 군사·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전략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사적 환경에서의 SMR 실증은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서 해외 수출을 위한 중요한 중요한 참고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전장 환경과 격오지에서의 운용 경험은 민간 수요국 입장에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은 사례로 해석되며, 이는 한국형 SMR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경쟁력 강화의 하나의 요소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개발도상국 등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단과 더불어 전략적 동반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국가들에 대해 민군겸용 SMR 패키지를 수출하는 방안은 단순한 전력공급을 넘어서 교육, 유지보수, 공동 개발 등 복합 파트너십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방산 수출과 원전 기술 수출 양쪽에서 실적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분야의 융합을 통해 SMR 수출 전략을 추진할 경우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선 원전-안보 복합 수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으며,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 수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군사적 실증 데이터를 수출 패키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수출 대상국과의 군사·산업 협력 MOU 체결, 기술 이전 범위 및 핵안보 협약 기준 정립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군사용 SMR의 개발 및 적용은 기술적·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IAEA와의 협력을 통해, 군사 목적 SMR 개발이 핵비확산 체제와 충돌하지 않도록 투명성과 안전성 중심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핵물질의 보안성과 비확산 투명성이 중요한 만큼 우방국과의 기술 공유 및 공동 실증 체계 확보가 요구된다. 특히,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Project Pele 등 군사용 원자로 실증사업 경험과 핵심 설계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나아가 NATO와의 협력 가능성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NATO 내에서 전력망 독립성 확보 방안으로 SMR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때 한국형 SMR이 포함된다면 국제 방산 네트워크 편입과 수출 기반 마련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교·안보·산업 부처 간 연계 정책을 정비하고, 기술 보호와 확산 방지 간 균형을 고려한 포괄적 국제협력 로드맵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MR을 국방분야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제도의 보완 및 정비가 요구된다. ‘원자력안전법’은 민간 중심의 원자력 시설에 대한 규제 체계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군사적 특수성을 반영한 SMR 운용에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군 기지 내 원자로 설치에 대한 인허가 절차, 군사기밀 보호와 안전규제 간의 균형 등은 기존 체계에서 명확히 다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특례법이 고려될 수 있으며, 이 특례법에는 군사 작전 환경에 특화된 안전 기준, 비상 대응 매뉴얼, 기밀 보호 절차 등을 포함함으로써, 기존 법률 체계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군사시설보호법’에 군 기지 내 원자로 설치 기준 및 절차를 명문화하고, ‘대외무역법’에서 군사용 SMR의 전략물자 수출입에 대한 통제 기준과 승인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민군 협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과 같은 기존 법률에 민군 원자력 기술 협력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포괄적 법제도 정비도 고려되어야 한다.
군사시설 내 원자로 설치는 물리적ㆍ사이버 공격, 기술 실패 등 복합적 위협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적성 국가의 국지적 도발이나 미사일 공격 시나리오를 고려한 물리적 방호 핵심 고려 요소로 평가된다. SMR은 고가치 표적(high-value target)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전시 혹은 평시 위협으로부터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하화·분산 배치·복수 방호벽 설계 등의 다층적 방호 전략이 요구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사고 시 비상정지 시스템, 자동 냉각, 원격제어 등 안전장치 신뢰성과 복원력 검증, 이상 징후 탐지 및 경보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 아울러 군 특화형 방화벽, 독립 네트워크 체계 구축과 운용 인력 보안 등급 관리, 위기 대응 훈련 프로그램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방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기관 간 협조 체계를 기반으로 한 통합적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함으로써, 군사작전 중에도 SMR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방호·안전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6. 결 론
본 연구는 SMR의 국방분야 활용 가능성을 주요국 사례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미래 한국군의 에너지 자립성과 작전 지속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국의 SMR 활용은 전략적 유연성 확보, 원격지에서의 에너지 자립성 강화, 해양 작전의 지속성 향상 등 국가적 전략 목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미국의 Project Pele는 이동형 SMR을 통한 전략적 기동성을 강조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부유식 형태로 지역적 특수성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도서·격오지, 주요 군사시설, 해양작전 플랫폼에서 SMR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디젤 발전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 자립성을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우위와 작전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SMART와 i-SMR 등 기존 SMR 기술을 국방 수요와 긴밀히 연계하여 최적화하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기술 성숙도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추가적 실증 연구와 민군협력 모델이 필수적이다.
국방분야에서 SMR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극한 환경 대응 설계, 효율적 연료 사이클 관리, 방사선 차폐 및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 등 기술·운용적 과제에 대한 우선적 고려가 요구된다. 또한 핵안보와 핵비확산 문제, 국내 규제 체계 간의 이중적 갈등 해소 및 기술보호 체계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초기 민군협력 기반의 시범사업이 고려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적·제도적 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실증 결과를 활용한 민군 복합 수출 모델 구축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한국형 SMR 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군사시설 내 SMR 설치와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 위협에 대비한 다층적 방호 및 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SMR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방 적용 기반 마련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SMR은 단순한 에너지 기술이 아니라, 한국 국방의 전략적 유연성과 자주적 작전 지속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미래형 군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그 실현을 위한 정책 마련에 있어 초석을 제공하고자 한다.